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심리학적 관점에서 명리구조가 갖는 위치
    명리 단상 2019. 4. 19. 00:54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와 글을 쓴다. 최대한 자주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서였을까. 지금 이 순간이 어색하고 민망하면서도 설렌다. 

    지금 이 글을 쓰게 된 추동drive의 핵심은 상담 및 심리치료 이론을 공부하면서 떠오른 화두다.


    "명리는 심리학의 핵심 요인 인지(사고), 정서(감정), 행동, 동기(욕구) 중에서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나는 동양의 명리학과 서양의 심리학을 동시에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는 독특한 경험이 늘 지배한다. 어느 하나만 몰입해도 모자랄 판에 욕심을 부리자니 여간 쉽지 않지만, 균형감 있고 통합적 관점으로 인간과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매우 즐겁고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서로 간의 이론을 넘나들며 조율하고 파괴되는 경험은 때로는 무력감과 두려움 그리고 패배감을 맛보게 하기도 한다. 

    3월은 명리 스터디를 우연찮게 운영하게 되면서 명리 공부에 많은 신경을 썼는데, 4월 들어 거의 심리, 상담, 치료 분야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도 상담 및 심리치료 이론을 공부하면서 문득 또 명리적 발상이 치고들어와 공부를 방해하고 있다. 그 생각을 정리 혹은 배설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다. 마음이야 시원하게 쏟아내면 좋겠다고 소리치지만 매번 뒤끝이 구리게 되는 것이 이번에도 그럴 수 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써 내려가 보아야겠다.

     


     

    나는 명리학이라는 관점으로 상담을 하기도 하고, 지극히 현대 긍정심리학 관점의 상담심리를 기반으로 코칭을 하기도 한다. 특히 심리학은 실제 감각적으로 경험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행동 관찰에 기반한 학문인지라, 그 개념과 구조가 실증적이고 명료한 것이 특징이다(물론 학문이라는 것 자체가 서양식의 사고체계의 산물 아니던가). 그 때문인지, 내가 명리 상담을 하면서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야기가 내담자의 성격구조를 말하는 것인지, 인지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인지, 감정적 측면을 말하는 것인지, 행동과 결과에 대한 부분을 말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명리학은 음양오행이라는 동양적인 세계관과 인간관을 기반으로 한다. 우주만물의 공통된 원리인 음양론을 기반으로 그 운동성을 확장한 오행의 개념이 인간을 포함한 만물에 적용된다. 때문에 계절(외부 환경) 변화의 맥락을 인간사에도 적용하여 경험적으로 축적한 지혜를 계속 전승시켜 정리하고 확장하는 것이 명리학적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명리학에서 도출할 수 있는 사주팔자라는 부호, 상징의 구조는 환경적 결정론이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 마치 인간 개인의 자유의지나 선택은 제한되어 있고 외부의 흐름에 따라 그저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입장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론 같이 말이다. 사실 운명이라는 단어에서 보듯 명리는 숙명론적 운명관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더 많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외부의 기운에 대해서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정보와 이동과 사유의 자유가 오픈되어 있는 열린 세상 아니던가. 지금 현대의 한 개인은 단순한 개인, 현대인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환경에 예속된 나약한 개인이기도 하지만, 언제든 자유롭게 확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산재한 세상이다. 그렇기에 환경적 요인은 태어나는 시점에 주어지는(부여되는) 경우의 수를 결정하는 데 가장 주요한 것인지, 인생 전반을 통틀어 모든 결정을 좌우하는 힘은 매우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제 이를 심리학적 요소의 개념으로 보자면, 명리는 이제 단순 눈에 보이는 외부 환경적 요인이 아니라, 인간 내부의 마음의 요소 중 인지(사고)와 동기(욕구)의 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외부에서 막연하게 주어지는 기운이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진 기운은 단지 태어날 때 받아들이는 순간적인 특성에 불과하고, 그 특성(팔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 체계, 동기의 패턴이 정해지면, 그에 따라 감정이 발생하고 행동이 나타나고 결과로 드러나게 된다. 이 드러난 행동과 결과는 반복적으로 강화되어 이것이 성격이 되고, 습관이 되고, 가치관이 되고 세계관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팔자가 선천적으로 주어져 있다 하더라도, 나의 인생을 좌우하는 패턴을 잘 인식하게 되면 얼마든지 수정 보완하여 더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명리학의 용신用神개념과도 맞닿아 있다고 본다. 실제 현실에서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추구해야 할 행동지침이자 인지적 변화의 힌트가 되는 것이다. 심리치료 중 인지행동치료(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적 측면으로 얼마든지 전환하여 실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선 실증적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직관적으로도 충분히 명리 상담을 전개함에 있어 활용 가능하다고 본다.

    더 나아가, 정신역동적(Psychodynamics) 관점 뿐 아니라, 게슈탈트적인 관점으로도 얼마든지 변용, 확장이 가능하리라 본다. 결국 같은 인간이지만 분석의 방향과 결이 다를 뿐 아니겠는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연구하고 경험을 쌓아야겠다.

     

    이제 다시 공부하러 가볼까나...

     

    진설

    190419 왠 야밤에 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