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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배기' 예술치료사가 되기 위하여...연구소장 '진설' 2020. 9. 19. 18:32
나는 초보 예술치료사다.
마음만큼은 우주 최고의 예술심리치료사다.
(정확히 말하면 예술심리상담사다. 치료는 현행법 상 의료영역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예술치료라 불리는 일련의 활동은 현장에서의 쓰임과 달리 '상담 영역'으로 불려야 정확하다. 그런데 사실, 치료냐 상담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둘 다 '인간 마음의 변화'에 관심을 둔다. 인간 심리에 개입하여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맥락은 같다)
늘 나에게 자문한다.
"예술이 어떻게 인간을 치료(치유)한다는 것인가?"
"굳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데 마음을 변화시키려 하고, 하필 예술이어야 하는걸까?"
그리고 떠나지 않는 물음이 또 있다.
굳이 예술활동, 엔터테이닝이라면 연트럴 파크에서 맥주 한잔 하거나 집에서 영화 한 편 보는 게 나을 수 있다.
근본적 치유 없이 일시적 힐링 등으로 마취하여, 다시 자본주의 굴레 속에 안정적으로 편입하게 하는 기계를 양산하고 싶지 않다.
그럼 심리치료사, 상담심리사, 정신과 의사, 사회복지사와 같은 유관 직종의 사람들이 미술, 음악, 동작, 영화, 문학과 같은 매체를 활용하면 이것과 예술치료사는 무엇이 다른 것인가?
표현예술치료의 이론과 실제를 규명한 <치료 미학>의 저자인 Knill(2104)은 '낮은 기술 높은 감수성(Low Skills, High Sensitivitiy)'이라는 말을 하며 표현예술치료 시 예술 활용 자체가 아닌, 내담자에 대한 인문학적, 문화적 감수성이 더 중요하다고 하였다. 정말 그러한가? 그렇다면 예술치료사, 예술심리상담사만의 독자성, 전문성은 어디에 있는가?
사실 전문성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전문성은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아지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술치료사가 굳이 존재해야 한다면 이를 증명할 수 있고,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그 무엇'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다. 구획을 나누어 분리하고 독점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예술치료를 이해시키고, 예술치료사 자신의 정체감과 자신감을 키우기 위함이다. 그래야 이 사회 속에서 오래 지속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본다. 예술치료는 무엇인가? 예술인가? 치료인가? 상담인가? 어디에 방점이 찍히는가?
단지 두 가지 이상의 분야가 보기 좋게 절충된 것일까? 결국 사람 마음을 상담하고 치료하는 행위이니 상담 심리 및 심리치료 이론에 정통해야 하는가?
개인적 의견은 이렇다. 되려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고. 상담 및 심리치료 이론과 실천에 능통해야 함은 맞지만, 예술의 본질에 대해, 인간은 왜 예술을 하며, 인간에게 예술은 무엇이며, 무엇이 예술이라 할 수 있는지 자기만의 철학을 가져야 하고, 이것이 인간 마음과 심리기제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떤 기전으로 치료와 변화 효과를 일으키는지, 이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지를 탐구해야 한다. 어찌 보면 불합리하다. 하나만 해도 전문성이 쌓일까 말까 한데, 예술과 심리치료 영역을 두루 안다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즉, 예술과 과학이라는 만나지 않을 것만 같은 두 분야를 동시에 공부해야 한다. 게다가 인문사회과학에도 능통해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회색분자가 되는 건 필연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럼, 유능한 예술치료사가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그렇지 않다. 범위를 제한하는 방법이 있다. 적어도 현대라는 특수한 맥락에 사는 인간을 이해하고, 이 현대인들이 겪게 되는 마음의 병과 고통을 이해하고, 이를 치유한 다는 것이 무엇이며, 이 치유 과정에서 인간만의 특수한 산물인 예술이 다른 도구와 분야와 달리 어떤 특수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 고민하면 된다. 쉽게 말해 마음을 치유하는 예술의 원리를 중심으로 공부와 임상을 진행하면 된다. 정리하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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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문화와 연결되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맥락의 존재다. 2020년 현대,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을 위시한 첨단기술문명 속 현대인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가는지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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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대인이 겪는 고통과 부조리로 인해 드러나는 마음의 상처, 트라우마, 스트레스의 독특한 양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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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대인의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고 변화를 가져다주는 전문 행위인 심리치료, 상담 등의 원리를 깊이 체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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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은 왜 예술을 해왔고, 예술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했고, 인간에게 예술은 무엇인지 예술론을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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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예술이 현대에 가지는 의미와 의의, 역할을 조망하고,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예술만의 치유 원리, 기체가 무엇인지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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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언어로 진행되는 상담 및 심리치료와 대별되는 예술치료만의 포인트가 무엇인지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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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와 이타심을 기반으로, 내가 하는 예술치료라는 일이 사회와 사람들을 어떻게 최적화시켜줄 수 있는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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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과 브랜딩 관점에서 예술치료 최적화된 본질과 역할을 쉽고 논리적이고 일관되게 설명하여 관계를 확보한다.
일필휘지로 쓴 위의 여덟 항목 혹은 윤리를 다시 소리 내어 읽어본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무한루프로 전문성을 키워가는데 전혀 부족함 없는 강령이라 생각한다. 이제 누가 실행으로 옮기느냐, 그 실행을 얼마나 꾸준히 이행하느냐가 예술치료사로서의 정체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그래야만, 예술가, 예술교육가, 상담심리사, 사회복지사, 정신과 의사 등과 대별되는 예술치료사만의 존재 이유가 확보될 테니까.
통합예술치료교육 및 상담 전문가
순리로운 진설
2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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