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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동물, 사피엔스.. “관계”의 범위는?카테고리 없음 2020. 2. 8. 09:31
대학원 상담 수업이었을게다.
한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심리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결국 ‘관계의 문제’ 때문에 고통받고 불안한 것이라고.
이는 비단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사람 뿐이랴. 자칭 ‘정상’이라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말일게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의 현대적 변용이자 현대 상담 및 심리치료의 큰 줄기라 할 수 있는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은 관계의 중요성이 집대성된 최고의 이론이라 할 만 하다(공부는 계속하지만 요원하다..).
대상관계이론은 과거의 중요한 인간관계, 특히 부모와 형성된 관계 패턴이 한 사람의 세계 인식 표상이 되어 현재를 살아가는 관계의 뿌리가 된다는 이론이다. 핵심은 동물이자 유기체인 인간이 성장하며 자신을 양육해주는 대상과의 관계의 질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사실 조금 억울하다(아니 많이). 기억조차 나지 않는 옛 시절의 영향이 평생을 좌우한다니(이에 대한 반론 혹은 변론은 나중을 기약하기로 한다..).
대상관계이론을 위시한 정신역동이론을 연구하다보면 동양 명리학을 공부하는 나로서는 다소 의아한 부분이 생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자 척도라 외친들, 너무 인간중심의 시야에 갇힌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지금의 미쿸식 실험, 계량, 신경 중심 심리학은 정신역동을 외치는 정신분석 계열을 비과학적이라 논하지만, 사실 프로이트야 말로 철저한 과학적 이론을 세우고자 칼을 간 사람이다. 사용한 언어가 지금 보기에 문학적이고 수사적일 뿐이지, 보이지 않은 인간 마음의 구조와 원리를 규명하려는 노력은 여느 과학자 다름없다.
즉, 정신분석을 위시한 대상관계이론의 주요 분파들은 데카르트적 이분법-영혼을 가진 인간과 영혼이 없는 사물-을 나누어 오직 인간 중심으로 현상을 기술하였다. 지극히 근대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다. 물론 <사랑의 기술>, <소유냐 존재냐>등을 쓴 사회주의적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회적 영향력을 간과하지 않는다(그러나 프롬은 정신분석 주류에 들어가지는 못하는 듯 하다. 하지만 나는 프롬이 매우 좋다. 만쉐!)
과학적 태도, 인간중심의 서술을 부정하지 않는다. 인간을 이해하는 데 이만큼 정교한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동적이고 경외심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포스트 모더니스트거나 생태주의자인 것 같다. 동양 명리학을 공부하는 영향도 있겠지.
(도착 시간이 가까워 온다. 글을 줄여야겠다)
여하간, 이 논의를 이렇게 단순화하기는 이르지만, 문제제기 정도는 해두고 앞으로의 연구를 기약해야겠다. 아무리 보아도 인간은 사람뿐 아니라 우리 주위를 감싸는 모든 사물, 자연, 환경,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역동이 둘러싸여 있다.
동양의 명리학 역시 자연의 흐름에 따른 인간사의 결을 조망한다. 너무 자연의 이치에 인간을 끼워맞추다보니 인간 자체의 창조적 힘을 간과한 것이 명리학의 가장 아쉬운 점이다. 이는 서양 심리학에서의 보완이 필요하다.
이제, 이른 주말 오전부터 특강을 들으러 가야겠다.
오랜만에 글을 쓴다.
게으르지만 머리는 한 쉬도 쉰 적이 없지 않은가.
이 자체로 기뻐하자.
2020.02.08.
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