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단상

[KIIAT 특강 이야기 3/3] 내 속의 또 다른 나의 발견

진설 2019. 2. 24. 00:30

KIIAT(Korea Institute of Integrated Arts Therapy 한국통합예술치료개발원) 인문학 아카데미 2019년 기획 특강에 첫번째 시간 <철학의 위대한 도약 - 통합예술치료> 이야기의 세 번째(마지막) 포스팅이다.


예술현상의 작동 원리를 포스팅한 첫 번째 이야기 ([KIIAT 특강 이야기 1/3] 예술현상 작동 원리 'Bon Bien Beau'), 두 번쨰 이야기([KIIAT 특강 이야기 2/3] 존재 가치를 일깨우는 통합예술치료)에 이어, 오늘은 이중자화상(이중초상화)Double Self-Portrait를 그리며 경험했던 '내 속의 또 다른 나의 발견'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본 특강의 마지막은 간단한(결코 간단하지 않은 소중한 경험의) 실습Practice로, 자화상 그리기를 통해 예술 표현에 대한 조그마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었다. 


이번 자화상 그리기는 독특했다. 누구나 자신의 얼굴은 한 번쯤 그려봤겠지만, '이중자화상Double Self-Portrait'이라는 것은 경험하기 쉽지 않았을 터. 


그런데 벌써부터 마음이 가볍게 떠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부~웅'


그도 그럴것이, 그림 그리기는 남중남고 시절부터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여러 유용한 수단 중 하나였다. 남학교에서 고상한 미술반이나, 그림을 그리는 남학생이 많지 않았다(지금 학생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모두 축구, 농구, 달리기, 게임 등에 매진할 때 나는 춤, 그림, 노래 등으로 주목을 받았던 학창시절 경험을 가지고 있다. 내가 교과서 구석에 무심한 듯 그린 그림은 아이들의 이목을 끌었고, 미술시간만 되면 거의 반 친구들을 압살(?)했다(물론, 체육 시간이 되면 내가 반대로 압살 되었지만).


사실 미술학원은 근처 문턱도 밟아본 적이 없고, 정식으로 미술을 배워본 경험은 전무한(물론 건축학과 시절 간접적으로 미술적 안목과 솜씨를 익힌 것으 있겠다만) 나로서는 내 그림실력이 객관적으로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 행위 자체가 나의 존재의 기쁨과 행복을 고양시킨다는 그 느낌과 현상 만큼은 강렬하게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마음이 이토록 작지만 간절하게 요동쳤던 것일게다.



▲ [사진제공] KIIAT 수석연구원 황서영님 감사합니다 

(*무단으로 다른 분들 얼굴을 비출 수 없어 모자이크 처리를 하였습니다.)




정갈하게 깎인 콩테가 입장하시고, 두터운 질감의 누우런 종이 두 장이 주어진다. 여기에 바하의 음악이 공기를 정갈하게 울린다. 그렇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으랴. 곧장 내 내면으로 침잠한다... 


생각보다 심상은 금방 떠올랐고, 내가 좋아하는 콩테로 거침없이 표현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필압, 내가 좋아하는 필체, 내가 좋아하는 구도로..







그렇게 두 장의 그림이 탄생했다. 왼쪽 그림은 일단 끄적끄적 콩테의 감을 익히며 친해지는 자유 퍼포먼스랄까. 

오른쪽 그림이 진정 '이중자화상'이다. 사실 그저 떠오르는데로 매우 빠르게 그리고 문질렀다. 


짧은 시간이 흐른 뒤, 오늘 수강하러 온 선생님들과 자신의 그림을 간단히 발표하며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짧은 시간 자신과 온전히 마주하며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들이 참으로 멋지고 대단해보였다. 이런 좋은 시간이 우리만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 멋진 일일테다.




 [사진제공] KIIAT 수석연구원 황서영님 감사합니다 

(*무단으로 다른 분들 얼굴을 비출 수 없어 모자이크 처리를 하였습니다.)




"

나는 왜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걸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나의 욕망과 의미는 무엇일까?

"







그림을 계속 넋놓고 쳐다보게 된다. 잘 그려서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듯 익숙치 않은 이 손과 팔의 움직임이 나에게 해주려 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어서다.


오늘 포스팅에선 굳이 억지로 해석과 분석을 하지 않으려 한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이 그림과 대화를 나눠보려 한다. 결국 내 마음을 온전히 직면해야, 타인의 마음을 바라볼 수 있겠지. 


이 과정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다.



190224

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