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무엇부터 공부하지?
심리학, 무엇부터 공부하지?
상담심리학 혹은 유관 분야를 배우다 보면 다양한 학파의 이론과 접근에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심리학은 근대에 태동한 학문이며, 인간 정신, 영혼, 마음을 연구한 철학까지 고려한다면 그 범위는 실로 방대해진다. 그래서 인간 이해를 위해선 필수적으로 철학(혹은 문학과 역사를 포함한 인문학) 공부는 필수적이다.
철학 공부는 늘 끊임없이 해야하는 토대와도 같다면, 심리학 공부는 어떻게 해야할 지 망설여 질 때가 많다. 심리학 개론을 펼쳐보면 이것이 과학책인지 의학책인지 흠씬 놀라게 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연구가 아닌, 측정할 수 있고 관찰할 수 있는 인간 행동을 통해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적 심리학(혹은 계량심리학)이 그 핵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 이해를 위해 뇌과학, 신경생리학, 생물학, 병리학, 진화학 등을 아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과학기술이 날로 발전하니 앞으로 어쩌면 더욱 중요해 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많은 심리학 분과 중에서도, 상담심리를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과학적 심리학만 공부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아니, 그것만 공부하기에도 너무나 다양한 상담이론과 분파들이 있기에 무엇 하나 제대로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정신역동적 접근부터 시작하여, 행동주의적 접근, 인본주의적(실존주의적) 접근, 인지주의적 접근, 생태학적 접근 등을 마주해야 한다. 이것들이 큰 카테고리이고, 이 안에서도 다양한 학자가 자기만의 이론을 들고 우리를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별로 달갑진 않지만).
무엇보다 내가 끌리는(?) 접근은 정신역동과 인본주의적 접근이다. 특히 정신역동적 접근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칼 융의 분석심리학, 아들러의 개인심리학,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이론, 대상관계이론 등이 있는데, 결국 프로이트로부터 시작하는 이 뿌리로부터의 공부를 제대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인본주의적, 실존주의적 접근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온전함과 창조성을 생각하면, 정신역동적 접근은 다소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겠으나, 결국은 정신역동, 심층심리학을 온전히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정신역동 이후로 수정되거나, 반대하거나, 절충하는 등의 이론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이트와 융에만 치중되어 있던 나에게 아들러의 관점은 매우 신선하다. 가히 프로이트와 같은 노선을 타지 않은 학자답다. 정신역동으로 함께 묶일 수 있는 것인지 더 공부를 해봐야 알겠지만(거의 인본주의 심리학에 가까워 보인다),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있는 『미움받을 용기』의 인기만 보아도, 대중들이 얼마나 아들러의 관점을 의미있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심리학 공부의 단계를 명확히 하려 하니, 정신역동의 프로이트와 융을 기본으로 하되, 이제 아들러를 본격적으로 추가하여 몰입해 보는 것이 더욱 흥미가 당긴다. 기다려라 아들러.
아니, 아들러 선생님.
190228
진설